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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태에 관한 이론적 배경

1.1 양태의 개념

양태에 관한 논의에 앞서 우선 양태가 어떤 언어 현상인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 이론적 지식보다는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보자.

(1) 가. 윤희가 어제 부산에 갔다.

나. 아무래도 윤희가 오늘 부산에 갈 것 같다 .

(가)는 윤희가 어제 부산에 갔다는 사실에 대한 단순한 기술이며 양태 의미가 실현되지 않은 문장이다. 그러나 문장 (나)에서와같이 부사 ‘아무래도’와 ‘추측’의 의미를 나타내는 ‘-(으)ㄹ 것 같다’를 같이 사용하게 되면, 해당 사실에 대한 화자의 추측 의미를내포한다. 이는 양태의 본질 속성인 ‘화자의 심리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으)ㄹ 것 같다’는 바로 언어학의 화제로 연구해 왔던 양태표현 중의 하나이다.

양태(modality)라는 용어는 본래 서구의 논리 언어학에서부터 도입된 개념이다. 양태는 양상 논리학(modal logic)에서 가능성(possibility)과 필연성(certainty)의 논리적 관계를 통하여 발전해 왔다. 이런 논리적 관계에는 논리적 등치(logical equivalence)와 함의 관계(implication) 등이 포함된다. 이런 양상 논리학에 연구 대상에 따라 크게 진리 양상, 인식 양상, 의무 양상, 기원 양상으로 나뉜다(안명철, 1983:1). 언어학자들은 이러한 철학에서의 양태 논리 이론을 자연언어 연구 분야에 적용하여 자연언어에서 나타나는 양태 현상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논리학에서의 양상 논리가 언어학에서는 ‘양태(modality)’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져 연구되었다.

한국어학계에서 양태(modality)에 대한 연구는 개념 규정에서부터 연구자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양태를 화자의 주관적인태도나 의견, 감정표현(Lyons1977, Palmer1986, Bybee et al.1994)이라고 보는 주장도 있고, 명제를 제외한 모든 언어적 표현(Fillmore1968, Gerstenkorn1976)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양태에 대한 정의로는 학계에서 ‘명제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표현하는 범주’라는 Lyons(1977:452)의 정의를 통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The speaker’s opinion or attitude towards the proposition that the sentence expresses or the situation that the proposition describes

(문장이나 상황에서 명제에 대한 화자의 의견이나 태도를 표현하는 범주)

—Lyons 1977:452

Lyons(1977)에서 강조되는 양태의 주된 단어가 ‘proposition(명제)’ ‘speaker’s opinion or attitude(화자의 의견이나 태도)’이다. 즉, 양태는 ‘명제에 대한 화자의 의견이나 태도’이다. 이를 기반으로 장경희(1985, 1995)는 한국어 양태의 개념을 ‘명제내용에 대한 화자 또는 청자의 인지적 태도’로 정의하였다. 고영근(2004)은 양태를 ‘화자의 심리적 태도와 관련되는 의미 영역이일정한 동사의 활용형을 비롯하여 명사, 부사 등에 걸쳐 확인되는의미론적 범주’로 파악하였다. 박재연(2006)은 양태를 ‘명제에 대한 화ㆍ청자의 주관적 한정을 표현하는 문법 범주’라고 정의하였다. 그 외에도 이효상(1991: 60)은 양태를 ‘상황에 대한 화자의 평가’라고 보았고, 임동훈(2008:245)은 양태를 ‘명제의 사실성에 대한 화자의 태도가 표현된 범주’로 이해하였다. 이선웅(2001: 327)은 양태를 ‘화자가 명제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한 문장 내에서 표현하는 심리적 태도’로 파악하였다. 이는 한국어학계에서 양태에 대한 주된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서 양태의 개념은 ‘명제에대한 화자의 태도’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양태에관한 이러한 정의는 다음과 같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2) 가. 양태의 작용대상: 명제

나. 양태의 기본 속성: 화자의 태도

하지만 이런 정의에서 사용되는 ‘명제’나 ‘화자의 태도’라는 용어는 지나치게 모호하므로 양태라는 범주가 지시하는 대상이 어떤것인가, 화자의 태도가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로인해 연구자들이 이를 연구할 때 혼란을 겪는다고 말할 수 있다.그렇다면 이를 기반으로 조건을 만들어 양태의 개념 정의를 구체화하면 어떤가? 개념 정의를 구체화하기 전에 Lyons(1977:452)를비롯한 개념 정의에 대해 세 가지 문제를 제기해보자.

(3) 문제제기1. 명제 (proposition)의 함의는 무엇인가?

문제제기2. 양태 의미의 담지자(possessor)가 지향하는 대상은무엇인가?

문제게기3. 양태에서 표현하는 태도(attitude)에는 어떤 속성이포함되는가?

따라서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양태에 대한 개념 정의를 구체화할 수 있다. 첫째, ‘명제’의 함의와 속성에 대해검토해 보도록 한다. ‘명제’에 대한 논의로는 한국어학계에서 대부분 언어학자 Fillmore(1968)의 관점에 기대어 있다. 이 논의에서는 문장을 ‘명제 + 양태’로 파악하여 다음과 같이 표상한다(Fillmore1968:24).

(4) 가. Sentence → Modality + Proposition나. S → M + P

Fillmore(1968)의 논의에서는 동사가 논항인 명사를 거느린문장의 핵심 부분을 명제라고 지칭하였다. 고영근(1986)에서는문장을 객관적으로 파악되는 명제와 화자의 주관적 태도로 나타내는 요소로 구성된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문장에서의 명제란 화자의 주관적인 태도를 제외한 객관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있다고 주장했다. 임동훈(2003)에서는 Fillmore(1968)와 고영근(1986)의 관점에 이어 명제를 ‘동사나 형용사, 곧 핵이 되는 서술어가 논항들에 거느리고 있는 구성체’로 파악할 것을 제안했다.문병열(2006)에서는 기존 학자들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명제를‘문장의 용언과 그 논항들 및 부가어로 이루어진 구성체’로 규정하였다. 그 예문은 다음과 같다.

(5) 가. 철수는 지금쯤 밥을 다 먹었겠다

나. 철수는 지금쯤 밥을 다 먹-

다. 철수는 지금쯤 밥을 다 먹었-

라. 철수는 지금쯤 밥을 다 먹었겠-

마. 철수는 지금쯤 밥을 다 먹었겠다.

—문병열 2006:21

위에서 보는 문장들을 토대로 임동훈(2003)의 주장대로 보자면 ‘철수는 밥을 먹-’이 명제가 된다. ‘지금쯤’과 ‘다’라는 부사어는 명제에서 제외한다. 이는 명제는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1] 문병열(2006)은 ‘철수가 지금쯤 밥을 다 먹음’이라는 내용이 명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금쯤’과 ‘다’와 같은 부사어를 명제 내부에 포함시킨다. 본책에서 문병열(2006)의 관점을 따르기로 하고 ‘문장의 용언과 그논항들 및 부가어로 이루어진 구성체’를 명제로 간주한다.

둘째, 양태 담지자(possessor)가 지향하는 대상은 무엇인가의 문제이다. 이는 사실은 양태의 지향성과 관련된 문제다. 다음은 양태 의미의 지향성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양태 의미의 지향성이란 양태 의미가 실현될 때 지향하는 대상을 말한다. 본 절은 구체적인 예시를 통하여 양태 의미의 화/청자(담화 참여자) 지향성과 주어 지향성을 고찰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하여 김지은(1998), 임동훈(2001), 박재연(2003)의 양태 의미의 지향성에대한 연구가 있으며, 문병열(2006)은 이를 통합적으로 고찰하여양태 의미의 지향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표 1] 양태 의미의 지향성 분석

위 표에서 양태 의미가 지향하는 대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양태 의미가 지향하는대상은 상황에 따라 지향하는 대상은 다르다. 구어에서 양태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 양태가 지향하는 대상은 대화에 참여하는 청자와 화자가 있고, 문어에서 양태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 양태가지향하는 대상은 주어가 있다. 그렇다면 담화 참여자 지향 양태와 주어 지향 양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가?

담화 참여자 지향 양태는 일반적으로 화ㆍ청자 지향 양태(박재연, 2003)라고도 불리며, 담화를 참여하는 화자와 청자를 지향하여 양태 의미를 나타낸다. 양태는 흔히 ‘명제에 대한 화자의 태도’로 이해되므로 일반적으로 양태 의미는 담화상의 화자를 향해 있다. 따라서 이를 양태의 ‘화자 지향성’(김지은 1998)이라고 부를수 있다. 하지만 의문문의 경우는 보통 양태 의미가 청자에게 향하게 되므로 엄밀히 말하여 ‘화ㆍ청자 지향성’이라고 해야 한다(박재연 2003:250). 지향 양태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6) 가. 이 상자에는 과자가 들어 있겠다.

나. 이 상자에는 무엇이 들어 있겠니?

—박재연 2003: 250

(가)는 ‘추측’의 양태 의미를 나타내며 ‘추측’의 주체는 화자이며, (나)의 ‘추측’의 의미가 지향하는 주체는 청자가 된다. 즉,(가)의 양태 의미는 화자를 지향하고, (나)의 양태 의미는 청자를지향한다. 담화 상황의 참여자는 화자와 청자가 있으며, 이는 양태 의미를 포함한 (가)와 (나)를 통합하여 담화 참여자 지향 양태라고 할 수 있다. 즉 담화 참여자 지향 양태는 화자 지향 양태와청자 지향 양태를 통합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의 ‘-을래’가 화ㆍ청자 지향 양태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다음 예를 보자.

(7) 가. 나는 일주일 정도 여행을 할래.

나. 너 서울을 떠날래?

다. 이 뚜껑 좀 열어 줄래?

—박재연 2003:255-260

이상의 예시는 ‘-을래’가 사용되었으며, 이런 예들은 화ㆍ청자지향성을 잘 나타낸다. (가)에서 볼 수 있듯이 ‘-을래’가 1인칭 주어를 취하고 화자인 ‘나’의 의도를 나타낸다. 이런 경우 ‘-을래’가지향하는 대상이 화자이다. (나)에서는 ‘-을래’가 2인칭 주어를취하고 의문문에 사용되나, 의문은 사태에 대한 것이 아니라 청자의 의도 자체를 향한다. (다)의 경우는 ‘-을래’가 의문문에 쓰이는데 청자가 가지고 있는 의도를 묻는 것이라기보다는 청자에대한 완곡한 요청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을래’ 표현은 양태 의미의 화ㆍ청자 지향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다음은 주어 지향 양태에 대한 해석이다.

한국어에는 그 의미가 양태와 연관되면서도 양태 의미의 지향자가 화자나 청자가 아닌, 문장의 주어인 경우도 있다. 특히 구절형태로 된 양태표현에서 이런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김지은(1998), 박재연(2003)은 ‘주어 지향 양태’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주어 지향 양태는 크게 행위자 지향양태와 대상 지향 양태로 세분된다. 다음의 구체적인 예를 통해주어 지향 양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8) 가. 아버지는 다시 일을 시작하시 려고 한다 .

(박재연, 2003:150)

나. 만 일곱 살이 되면 모든 어린이는 학교에 가 야 한다 .

(박재연, 2003:150)

다. 말과 행동, 마음씨가 바르고 어질 어야 한다 .

라. 민중을 계도할 신문의 사명이 무엇이며 어떠 해야 하는가?

(가)와 (나)의 예시는 행위자 지향 양태에 속한다. (가)에서 사용되는 ‘-려고 하다’는 ‘의도’라는 양태 의미를 표현하며 양태 의미가 지향하는 대상은 문장의 주어인 ‘아버지’이다. (나)에서 사용되는‘-아/어/여야 하다’는 ‘의무’라는 양태 의미를 표현한다. 이런 ‘의무’ 의미가 지향하는 대상이 바로 주어로서의 ‘어린이’이다.(가)와 (나)는 문장의 주어가 생명력이 있는 인간이며, 양태 의미가 주어이자 행위자를 지향한다. 그러나 (다)와 (라)에서는 ‘의무’양태 의미가 지향하는 주체가 행위자가 아니라 생명력이 없는 대상이며, (다)와 (라)에서 표현하는 양태 의미가 각각 ‘말과 행동,마음씨’와 ‘신문의 사명’이라는 대상을 지향한다. 이러한 대상은생명력이 없으므로 스스로가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경우의 양태는 행위자 지향 양태와 구분하여 대상 지향 양태라고 한다. 의사소통을 중요시하는 한국어교육에서 이런 생명력이 없는 대상 지향 양태가 사용되는 상황이 많지 않아 본 연구에서 이를 제외한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양태 의미의 담지자가 담화 상황에서의 화ㆍ청자와 양태 의미를 나타내는 문장의 주어를 포함시킨다.

셋째, 양태에서 표현하는 태도(attitude)는 어떤 속성이 포함되는가의 문제이다. 한국어의 양태에 관한 기존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양태에서 표현하는 태도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경향이 강하다. 연구자들이 주관성(subjectivity)을 강조하는 것을 통해 다양한 언어형식을 양태라는 범주에 포함시켰다. Palmer(1986:16)에서는 이분법으로 양태를 주관적 양태와 객관적 양태로 나눈 것도 양태의 주관성을 강조한 것이다. [2] 양태는 ‘명제에 대한 화자의 태도’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주관성을 내포하고있다. 이러한 주관성은 Lyons(1995:337)에서 ‘언어적 주관성(locutionary subjectivity)’ 또는 ‘발화의 주관성(the subjectiv

ity of utterance)’이라고 지칭했다. 이는 결국 주관성이란 화자가 발화에서 자신의 관점이나 생각을 문법 형식을 통해 유포화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예를 통해 이런 주관성을 구체적으로 해석해 보자.

(9)가. 내 생각에는 두 사람이 아마 내년에 결혼하 다.

나. 내 생각에는 두 사람이 아마 내년에 결혼 할 것이다.

다. 내 생각에는 두 사람이 아마 내년에 결혼 할 것 같다.

위의 내용에서 제시한 것처럼 ‘내 생각에는’처럼 화자의 주관성을 나타내는 양태 부사절과 호응되는 추측 표현으로 ‘-겠-’과‘-을 것이-’, 그리고 ‘-을 것 같-’ 모두 가능하다. 이런 추측 표현에서 양태의 주관성을 뚜렷하게 나타낸다. 화자의 주관성을 강조한다는 것이 양태 현상의 식별 및 양태 의미 범주의 경계를 세우는 데에 도움이 된다.

화자의 태도에 관한 다른 중요한 속성은 수행성 이다.Nuyts(2001:39)에 의하면, 수행성은 ‘발화하는 순간에 사태에관한 인식적 한정(epistemic qualification)’을 나타내며, 화자의확신과 함께 ‘사태에 관한 화자의 현재 태도’를 가리킨다. 반면 기술성은 ‘발화하는 순간에 사태에 대한 화자의 확신을 필요로 하지 않고’ 사태에 관한 인식적 한정을 보고하는 것이다. 양태에서말하는 수행성과 기술성은 명제에 관한 화자의 서술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다(오승은 2018:32 참조). 다음 예시를 보자.

(10) 가. A: 제 커피 사는 김에 미나씨 커피를 샀어요.

B: 와, 커피를 마시고 싶었어요. 어떻게 알았어요?

A: 그냥 이심전심으로 알았어요. 드세요.

B: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잘 마실 거예요.(×)}

나. A: 지난주 인터넷으로 주문한 옷이 어땠어?

B: 음, 마음에 안 들었어.

A: 왜? 가격이 싸고 디자인도 좋다고 하지 않았어?

B: 실제로 보니 색깔이 어두운 데다가 바느질도 엉망이었어.

A: 정말? 싼 게 비지떡이라더니 정말 그러네.

B: 이제는 믿을 수 있는 것만을 {살게.(×)/살 거야.(√)}

—오승은(2018:34)

위의 예시는 한국어 학습자들이 수행성과 기술성을 구분하지못하는 표현이다. (10가)에서는 상황을 인식한 화자가 명제 내주체와 동일시되어 곧 수행하게 될 대화 참여자의 행위를 표현하는 수행성을 나타내므로 ‘-을게’의 사용이 정확하다. 이와 달리 (10나)에서는 발화 순간의 화자가 앞으로 행할 자신의 행위를바로 하지 않고 단순히 반성적 태도로 자신의 생각을 기술적으로표현하기 때문에 ‘-을 것이-’가 선택되어야 한다.

이상 화자의 태도의 주관성과 수행성, 그리고 명제 주체에 대한 서술성에 대해 검토하였다. 수행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조건은 1인칭, 현재 시제, 특정 행위를 표현할 수 있는 동작성 용언,긍정문이 갖춰졌을 때이다. 이런 조건은 주관성이 강하게 드러날수 있는 조건과도 일치하는데, 화자가 자신의 판단을 자신의 목소리로 발화문에 표출시킴을 의미하는 것으로, 화자의 발화가 수행성을 갖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태표현 가운데수행성을 갖는 것은 주관성이 전제로 되어 있지만, 주관성을 갖는다고 해서 반드시 수행성을 갖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화자가 명시적으로 발화에 표기되어도 양태 의미 담지자의현재적 태도를 나타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행성은 주관성이 성립되는 데에 충분 조건이지 필요 조건이 아니다.그리고 주관성도 수행성도 현저하지 않은 경우 화자 태도의 서술성을 강조한다. 화자의 태도에 대한 이런 세 가지 속성은 모두 화자의 심리적 태도를 나타내는 것인데 본 연구에서 이를 화자의심리적 태도로 지행한다. 이상에서 검토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양태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11) 양태의 개념:

양태란 명제에 대한 화자의 심리적 태도를 표현하는 문법 범주이다.

- 명제는 문장의 용언과 그 논항들 및 부가어로 이루어진 구성체를 가리킨다.

- 양태 의미의 담지자는 대화 참여자인 화자와 청자 이외에 주어도 포함된다.

- 양태에서 표현하는 태도의 속성은 주관성과 수행성, 그리고서술성이 있다.

1.2 양태의 범주와 분류

1.2.1 양태의 범주

Fillmore(1968)에서 명제를 제외한 모든 언어적 표현을 양태로 보았다. 이렇게 봤을 때 다양한 언어형식은 양태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는 양태의 범주 설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양태와 다른 문법 체계의 구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양태의 범주규정에 있어서 혼란이 생기는 원인은 양태의 속성인 ‘화자의 태도’라는 정의에서부터 시작된다. 한국어 문법에서 ‘화자의 태도’를 나타내는 언어 현상은 양태 이외에 서법,높임법, 특수조사,문자 유형이 있다. 다음은 양태와 이런 인접 문법 현상과의 구분에 대해 검토해 보도록 한다. 우선, 양태와 서법의 관계에 대해살펴보자. 양태와 서법 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논의해왔으나, 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표 2] 양태와 서법의 상관관계

(유민애, 2012:23 참고)

[표 2] 에서 알 수 있듯이, 양태와 서법의 관계는 크게 대립 관계와 포함 관계로 되어 있다. 즉, 연구자에 따라 서법과 양태를분리하는 논의, 서법과 양태를 상ㆍ하위 관계로 바라보는 논의가있다. 고영근(1986, 2004)은 서법은 전통적으로 화자가 명제에대한 심리적 태도가 동사의 활용형으로 구현된 문법 범주를 가리키고, 양태는 화자의 태도가 명사, 부사, 어순, 어조 등으로 실현되는 의미론적 범주를 가리킨다고 하였다. 즉, 서법을 문법 범주로 인정하였지만, 양태는 문법 범주가 아닌 의미 범주로 보는 견해이다. 장경희(1985)는 서법과 양태 모두를 문법 범주로 보고있으나, 서로 다른 문법 범주에 포함시켰다. 즉, 화자가 명제 그자체에 대해 갖는 태도를 양태로 보고, 화자가 청자에 대해 갖는태도를 나타내는 종결 어미를 독립적인 서법 범주로 설정하였다.이효정(2004)은 서법과 양태 모두를 의미적 범주로 보았으나, 서법은 양태와는 달리 명제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나타내는 것이아닌 청자에 대한 태도를 표현하는 것이므로 청자에게 제안하거나 명령하는 등의 발화 수행력(發話隨行力) 이 적용한다고 보았다. 서정수(1986)는 서법을 문법적 범주로 보고 그 하위 부류로양태와 문체법으로 나누었고, 이선웅(2001)은 양태를 의미적 개념인 양태성 과 문법적 개념인 양태법으로 구성하며, 서법을 양태법으로 대치할 수 있는 점에서 서법을 양태의 하위 범주로 보고 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이선웅(2001)이 양태를 광의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기존의 한국어 문법 범주에 혼란을 초래할 수있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서정수(1986)에서의 타당성을 논의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문장을 예로 들기로 한다.

(12) 가. 그 가수가 노래를 잘 부르지?

(가)에서 ‘-지’는 문말 형태로서 의문문을 이루어 청자에게 응답을 요구하고 있는 점에서 문체법에 속한다. 한편, ‘-지’는 명제내용에 대하여 ‘이미 앎’(장경희 1985:12)을 나타내므로 양태적의미가 포함된다고 하였다. 이런 경우에는 ‘-지’와 같은 언어 형태가 동시에 서법, 양태, 문체법의 범주에 속한다. 이렇게 이해하면 용어의 혼란을 일으킨다.

이상의 결과로 볼 때, 서법과 양태를 독립적인 범주로 보아야할 것으로 사료된다. 화자의 태도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양태와서법의 기능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으나, 양태는 명제에 대한 화자의 심리적 태도를 나타내는 ‘의미 범주’에 포함되고, 서법은 청자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나타내는 ‘문법 범주’에 포함된다. 또한현재 국어학에서 ‘서법’이라는 용어는 한국어 문법 연구에서 ‘문장 유형’ 이라는 범주의 의미로 일반화되어 있다. 따라서 양태와서법을 포함 관계로 볼 경우, 양태와 문장 유형의 범주의 명확한구분이 불분명한 개념 내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음은높임법, 특수 조사, 문자 유형과 양태의 구분에 대해 검토하도록한다. 다음 예시를 보자.

(13) 가. 할머니께서는 벌써 주무셨다.

나. 너는 이 책을 읽어라.

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십니까?

라. 지금 영희는 서울에 도착했겠다.

마. 내일은 날씨가 따뜻할 것 같아요.

바. 그렇게 공부만 하던 철수조차 시험에 떨어졌다.

(가)에서 ‘-으시-’는 화자가 주어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현재 한국어 문법 체계의 주체높임법에 속한다. 주체높임법은 주체에 대한 화자의 존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화자의 태도’라고도 할 수 있다. (나)에서 ‘-어라’는 화자가 청자에게 행동을 하도록 명령하는 심리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고, 문장 유형에 속하는 명령문이다. (다)에서 ‘-ㅂ니까’는 화자가 청자에 대한 존경의 태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상대높임법에 속한다. (라)에서 ‘-겠-’은 화자의 추정적인 태도를 표현하고 있다.학계에서 이를 양태 어미로 처리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마)에 ‘-ㄹ 것 같다’는 추측을 나타내는 구절 형태이며, 연구자들이 이를 양태표현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에서 보조사 ‘조차’는 일반 조사와 달리 특수의미(예상하기 어려운 극단의 경우까지 양보하여 포함함)를 전달하고 있으며 보조사의 범주에 속한다. Fillmore(1968)의 주장에 의하면 이상 문장(가-바)에서 나타난 어미 등 문법 현상들을 모두 양태로 처리해야 한다. 한국어학계에서 양태를 광의적으로 보는 대표적인 학자는 한동완(1996), 조일영(1998), 이선영(2001) 등이 있다. 장경희(1985),박재연(2004)은 한국어에서 양태 의미를 가진 부분의 어미를 양태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처럼 한국어에서 연구자에 따라 양태의 범주 설정에 구분이 있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양태와 인접 문법 높임법, 특수 조사, 문장 유형의 구분은 표로 정리하면다음과 같다.

[표 3] 양태와 인접 문법 범주와의 구분

이상의 논의에서 양태와 인접 문법 범주의 구분에 대해 검토했다. 논의를 통해 양태는 높임법, 특수 조사(보조사), 문장 유형 등과 구분되는 범주임을 밝혔다. 본 연구에서 높임법, 특수 조사(보조사), 문장 유형 등에서 나타난 화자의 태도는 문법 표현의 양태성으로 처리한다.

1.2.2 양태의 하위 분류

앞에서 양태의 개념 정의와 양태의 범주에 대해 재검토했다.이 절에서는 한국어 문법 연구에서 양태의 하위 분류를 어떻게설정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를 위해먼저 기존 논의를 검토해 보고, 그 다음에는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인식 양태와 행위 양태의 이분법의 원인과 타당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1.2.2.1 유형 분류에 대한 기존 논의

양태(modality)의 유형 분류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 의견이다르며 [3] , 전통적으로 양태는 인식 양태(epistemic modality)와의무 양태(deontic modality)로 구분된다(Lyons, 1977). Lyons(1977)의 주장에 의하면 인식 양태는 명제의 진리치에 대한화자의 태도로, 명제에 대한 화자의 앎이나 믿음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며, 의미 양태는 도덕적으로 책임감 있는 행위에 대한화자의 태도로 화자가 가지고 있는 허락 또는 의무의 태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14) Lyons(1977)에서의 양태 분류

가. 인식 양태: 앎, 믿음과 관련된 화자의 태도

나. 의무 양태: 허락, 의무와 관련된 화자의 태도

이러한 분류는 영어의 양태 조동사 ‘must’의 두 가지 용법을 효과적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다음은 구체적인 예를 보자.

(15) 가. He must be unmarried.

나. You must work hard.

(가)에서 양태 조동사‘must’는 ‘강한 추측’의 의미로 해석되며(나)에서는 ‘must’는 ‘의무’의 의미로 해석된다. (가)는 인식 양태적 용법을, (나)는 의무 양태적 용법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있다. 이러한 분류는 한국어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다음 예를 보자.

(16) 가. 이번엔 그 선수가 틀림없이 길 것이다 .

나. 학생은 반드시 열심히 공부 해야 한다 .

(가)에서 ‘틀림없이 -(으)ㄹ 것이다’는 ‘강한 추측’의 의미로 해석되며, (나)에서 ‘반드시 –여야 하다’는 ‘의무’의 의미로 해석된다. 전자는 인식 양태적 용법을, 후자는 의무 양태적 용법을 보여주고 있다. 양태의 하위 분류에 관한 기존 연구는 이러한 이분법을 기반으로 하였다. 다음은 학계에서 이분법 기준으로 한 양태의 유형 분류이다.

(17) 가. 인식 양태, 비인식 양태(엄녀, 2009)

나. 인식 양태, 행위 양태(박재연, 2006)

다. 화자 중심 양태, 주어 중심 양태(김지은, 1998)

엄녀(2009)에서는 제2언어 교육에서 교수 학습에 용이하도록양태의 하위 유형 분류에 관하여 전통적인 이분법을 따르지만 절충적인 방법을 채택하여 ‘인식 양태’에 대응되는 용어로 ‘비인식양태’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양태를 인식 양태와 비인식양태로 나누고 양태의 의미에 따라 그 하위 분류를 하였다. 인식양태는 명제 내용의 사실성에 대한 화자의 판단이므로 명제 실현의 가능성 판단과 관련된 [추측], 명제 내용이 당연하다는 판단과 관련된 [당연], 명제가 어떤 결과에 근접하다는 판단과 관련된 [근접] 등 의미로 그 하위 분류를 하였다. 비인식 양태에는명제가 기술하는 행위의 규범성에 대한 화자가 청자에게 전달하는 [의무]나 [허용], [금지]와 의미 영역이 포함되며, 또는 명제가 서술하는 행위의 가능성에 대한 동작주의 [희망]이나 [능력],[의도], [의지] 등 의미 영역을 포함한다. 이는 한국어교육에서의미를 중요시하는 것에 도움이 되겠지만 ‘비인식 양태’라는 용어가 구체적이지 않아서 그 하위 의미 영역에 무엇을 포함해야하는지의 문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재연(2006)에서는 인식 양태에 대립되는 양태의 하위 유형분류를 ‘행위 양태’라는 새로운 지칭으로 하는 것을 제안하였다.행위 양태의 ‘행위’는 의무 양태의 ‘의무’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므로 ‘행위 양태’라는 개념은 ‘의무’나 ‘허가’의 의미 영역이 포함되는 의무 양태 논의에서 배제되기 쉬웠던 ‘의도, 소망, 능력’의 의미 영역이 모두 포괄할 수 있다는 장점을 보인다. 다만, 박재연(2006)의 연구에서 한국어의 양태 어미만을 다루었을 뿐이지, 양태적 의미를 나타내는 다른 표현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 이를 기반으로 양태적 의미를 드러내는 다른 한국어 표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김지은(1998:20)에서는 전통적인 인식 양태의 범주를 확대하여 화자 중심 양태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전통적인 의무 양태의 범주를 확대하여 주어 중심 양태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화자 중심 양태에는 기존의 인식 양태 이외에 명제 실현에 대한 화자의 ‘희망, 바람, 유감’ 등의 의미 영역을 포함시켰다. 이와 달리주어 중심 양태는 ‘주어가 선행 행위에 대한 의도, 바람, 능력, 의무’ 등 의미를 포괄한 범주이다. 연구에 따르면 화자 중심 양태는‘화자의 추측이나 바람’으로, 주어 중심 양태는 ‘주어와 관련된 행위나 사실에 대한 판단’으로 구분하는데 이러한 기준은 사실 혼란을 주기 쉽다. 예컨대 ‘저는 선약이 있어서 못 갈 것 같아요.’와같은 문장에서 1인칭 주어 ‘저’와 화자가 동일한 경우를 어떻게처리해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상의 연구에서 모두 이분법의 기준으로 양태의 유형을 분류한 것이다. 이러한 이분법은 전통적인 인식 양태와 의무 양태의단점을 보완하려고 그 범주의 하위 의미 영역을 넓히는 노력을하였다. 그 외에 양태의 의미 영역을 체계화하려는 삼분법 분류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학자는 다음과 같다.

(18) Bybee et al(1994)에서의 양태 분류

가. 인식 양태: 가능성, 개연성, 추론된 확실성, 반사실성

나. 화자 중심 양태: 명령, 금지, 기원, 권유, 경고, 허락

다. 행위자 중심 양태: 의무, 능력, 소망

위에서 제시한 Bybee et al(1994)의 양태 분류 방법은 기존 양태의 의미 영역을 넓히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 기준은 행위자 내부에서 조건을 부과하는 능력이나 소망 등이행위자 외부에서 조건이 부과되는 의무와 같은 범주에서 다루어졌다는 문제점이 있다.

(19) 가. All students must obtain the consent of the Dean of the faculty concerned before entering for examination. (모든 학생들은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학장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

나. I can only type very slowly as I am a beginner.

(나는 초급자이기 때문에 타자를 아주 천천히만 할 수 있다. )

—Bybee rt al. (1994:177)

위의 예문은 Bybee et al(1994:177)에서 제시한 것이다. (가)는 행위자 중심 양태 중에 ‘의무’를 나타내는 것이고, (나)는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다만 (가)의 경우는 학생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학생 자신이 아닌 다른 외부 세력이지만, (나)의 경우 타자를 할 수 있는 대상은 행위자 ‘나’ 자신의 내적 요소에 있다. 따라서 양태의 분류를 더 세부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양태의 유형 분류를 세부화하려는 학자의 주장이다.

(20) Palmer(2001:22)의 양태 분류

가. 명제 양태

- 인식 양태: 확실성, 개연성, 가능성

- 증거 양태: 보고(전언), 간접 경험

나. 사건 양태

- 당위 양태: 의무, 허락, 약속

- 동적 양태: 능력, 의지

(21) 문병열(2006)의 양태 분류

가. 명제 양태

- 인식 양태: 명제에 대한 확실성 판단, 청자 지식에 대한

화자의 가정, 정보의 내면화 정도

- 증거 양태: 직접 경험, 전언, 추론

나. 사건 양태

- 당위 양태: 허가, 의무

- 동적 양태: 능력, 의지

- 평가 양태: 긍정적 평가, 부정적 평가

Palmer(2001)은 양태를 인식 양태, 증거 양태, 당위 양태, 동적 양태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인식 양태와 증거 양태는 명제 양태(propositional modality)라는 상위 범주로 통합되고, 당위 양태와 동적 양태는 사건 양태(event modality)라는 상위 범주로 통합됐다. 문병열(2006)에서 이를 한국어의 양태 체계에 적용하여 한국어의 양태 유형을 분류해 봤다. 다만 그의 연구에서는 인식 양태의 의미 영역을 더 구체화하였고, 평가 양태라는 유형을 사건 양태의 하위 유형으로 하였다는 차이점을 보인다. 또한 이러한 상위 범주를 설정하지 않고 양태의 하위 유형 분류를 시도했다는 점도 돋보인다. 다음을 보자.

(22) 가. 인식 양태, 의무 양태, 평가 양태(이효정, 2004)

나. 인식 양태, 사건 양태, 평가 양태(이지연, 2018)

다. 통보 양태, 인식 양태, 정감 양태, 의무 양태(이선웅, 2001)

라. 인식 양태, 당위 양태, 감정 양태, 증거 양태(박병선, 2009)

(가)에서 이효정(2004)은 전통적인 인식 양태와 의무 양태 이외에 한국어교육의 필요에 따라 ‘평가 양태’를 포함하였다. ‘평가양태’에 속하는 ‘-(으)ㄹ 만하다, -아/어/여 보이다, -(으)ㄴ/는편이다, -(으)ㄴ/는 셈이다’ 등 유의미한 구절 형태들이 외국인으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있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 ‘평가 양태’라는 항목을 인식 양태의 범위에 설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에서 이지연(2018)은 Palmer(2001)와 문병열(2006)의논의를 참고하여 양태를 인식 양태와 사건 양태로 구분한다. 한국어에서 증거성을 나타내는 양태표현을 증거 양태가 아닌 인식양태의 하위 문법 항목으로 두고, 그 외에 평가 양태(evaluative modality)를 양태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평가 양태 라는 부류를설정한 이유는 한국어에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더 열심히 공부할 걸’ 같은 경우에 ‘-(으)ㄹ 걸’은 화자가 후회하는 감정을 나타낸다. 그는 이러한 감정표현을 평가 양태로 묶어야 된다고 주장하였다.

(다)에서 이선웅(2001)은 양태의 분류에 있어 전통적인 인식양태와 의무 양태를 인정하며, 종결 어미에 의지하여 ‘의향법’을나타내는 요소들을 통보 양태의 범주로 설정하였다. 본 연구는이를 서법의 범주에서 연구해야 된다고 본다. 또는 청자의 대우법을 고려하여 설정된 정감 양태는 실제 한국어교육에서 존대법범주에 포함되어 있어 별도의 양태 범주로 설정하는 것은 교육내용의 중복이라고 생각한다.

(라)에서 박병선(2009)은 인식 양태를 ‘사실로서의 단언’과 ‘사실 판단의 유보’로 이분하였다. 당위 양태에는 어떤 사태가 반드시 성립되어야 한다는 ‘의무’, 또는 성립되어도 된다는 ‘허용’의의미를 포함하였다. 여기서 논의하는 당위 양태는 전통적인 의무양태와 허가 양태를 포함한 용어이다. 감정 양태에 포함된 ‘놀라움, 아쉬움, 후회, 근심, 두려움’ 등은 한국어에서 매우 다양한 문법 범주로 실현되므로 그것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범주화하기가불가능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여기서 증거 양태 범주로 처리하는 ‘-대, -냬, -래, -재’ 등 요소들은 인용 표현으로서 명제에 대한 화자의 태도보다는 명제 사실 자체에 결합된 문법 요소이기에양태의 범주에서 제외해야 된다고 본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연구자에 따라 양태의 유형 분류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양태의 분류는 전통적인 이분법을 따르기로 한다. 다만 각각 유형 부류의 지칭은 ‘인식 양태’와‘행위 양태’라는 용어로 명명하고자 한다.

1.2.2.2 인식 양태와 행위 양태

앞 절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다수의 논의에서 인식 양태는 양태의 하위 유형 부류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매김을 하였다. 본 연구에서도 역시 전통적인 양태 부류인 인식 양태를 인정하기로 한다. 또한 본 연구는 (15)의 논의와 같이 양태에 관한 전통적인 이분법을 따르되, ‘인식 양태’ 부류 이외에 ‘행위 양태(act modality)’라는 용어로 지칭하기로 한다. 행위 양태라는 용어는 박재연(2006)에서 사용되었는데 본 연구에서 이를 따르기로 한다. 다만 박재연(2006)에서는 인식 양태의 의미 영역에 추측의 확실, 개연, 가능의 의미를 설정하고, 행위 양태의 의미 영역에 ‘명령, 제안, 기원, 약속, 의도, 소망’으로 하였는데, 본 연구는 각 부류에 속하는 의미 영역을 확장할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앞서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인식 양태’ 의미 영역에 추측의미 이외에 평가 양태(이효정, 2004)의 의미를, 행위 양태의 의미 영역에 의무, 허가, 능력의 양태 의미를 추가로 설정하고자 한다 . 다음은 본 연구에서 이분법을 사용하는 이유와 행위 양태를설정하는 이유에 대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본 연구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문법 교육의관점에서 양태표현을 분류하는 것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양태표현을 교육할 때에는 양태표현의 의미 기능이 중요하지,그 양태표현을 어떤 용어로 명명해야 되는지는 그 다음에 고려해야 할 문제다. 또한 의미 중심으로 분류하는 것이 교육적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양태를 이분법으로 크게인식 양태와 행위 양태로 분류하되, 그것을 다시 각각의 부류에포함되는 의미 영역을 감안해 세부적인 의미에 따라 분류하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둘째, 전통적인 분류 방법에서는 인식 양태에 대응하는 양태부류는 ‘의무 양태’인데 이는 용어 그대로 ‘의무’와 관련된 의미로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행위 양태의 ‘행위’는 의무 양태의 ‘의무’보다 포괄적인 용어이므로 행위 양태라는 용어는 양태적 의미를 나타내는 ‘의도, 소망, 능력’ 등 의미들을 포함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의무, 허가, 의도, 소망, 능력’ 등은 모두 동작주의 행위에 대한 조건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Palmer(1986:121)에 의하면 인식 양태를 정보에 관한것이라고 하고 의무 양태를 행위에 관한 것이라고 했을 때, ‘행위양태’라는 용어는 그 부류의 양태가 갖는 본질적인 속성을 직접적으로 가리키므로 적절한 용어라고 판단된다. 외국인 학습자의입장에서도 이러한 의미 영역을 체계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하는 양태표현의 유형 분류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23) 양태표현의 유형 분류

가. 인식양태: 명제에 대한 화자의 확실성 판단이나 화자의 감정적 평가를 나타내는 양태.

나. 행위양태: 동작주(주어)의 행위에 대한 화자의 기술적 태도를 나타내는 양태.

- 화자와 동작주가 동일한 경우에는 화자가 자신의 행위에대한 태도를 표현함.

- 화자와 동작주가 동일하지 않은 경우에는 화자가 청자의행위에 대한 태도를 표현함.

1.3 양태의 의미 영역

이 절에서는 위에서 분류한 양태표현의 두 가지 하위 부류인인식 양태와 행위 양태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미 영역의 체계를 갖는지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1.3.1 인식 양태의 의미 영역

기존 논의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전통적으로 인식 양태는 ‘명제에 대한 확실성의 정도’를 표현하는 것으로 논의되어 왔다. 이에 근거하여 화자가 자신의 정보를 확실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는가, 불확실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는가를 판단 기준으로 하여 인식 양태의 의미 영역에는 ‘확실성(certainty)’ ‘개연성(probability)’ ‘가능성(possibility)’의 의미 영역을 포함해야 한다. 그러나연구자에 따라 인식 양태의 범위를 넓게 파악하기도 하는데 본연구에서도 한국어교육에서 의미를 중요시하는 원칙 아래 인식양태의 의미 범주를 넓게 파악하고자 한다. 그 의미 영역에 ‘명제에 대한 확실성 판단, 개연성 판단, 가능성 판단’ 이외에, ‘평가’라는 ‘사실에 대한 화자의 인지적 태도’의 의미 영역도 인식 양태로다루겠다는 뜻이다.

‘평가 양태’라는 용어는 이효정(2003)에서 사용되는 용어인데‘기준에 따른 명제 내용에 대한 평가’를 나타내는 양태를 가리킨다. 다음 예를 보자.

(24) 가. 우리 집사람은 좀 마른 편이다.

나. 요즘 새로 개봉한 영화가 볼 만하다.

다. 그 사람이 빚을 90% 이상 갚았으니 거의 다 갚은 셈이다.

(24)에서 제시한 예문은 다 화자의 평가의 태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가)의 ‘말랐다’는 화자의 기준을 가지고 집사람을 평가했을 때 명제 내용이 그 기준에 가깝다는 것을 나타낸다. (나)는 ‘영화가 좋다’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명제 내용이 ‘할 가치가 있다’는것을 나타낸다. (다)는 ‘빚을 다 갚았다’를 기준으로 명제를 평가했을 때 그 기준에 매우 가깝다는 것을 나타낸다. (가-다)의 문장은 모두 화자가 설정한 기준에 맞춰 명제에 대한 화자의 평가를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양태 표현들은 화자의 평가를 나타내는데이런 평가는 화자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그 의미 영역은 인식 양태의 부류에 포함시키고자 한다. 이로써 한국어 인식 양태표현의 의미 영역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25) 인식 양태: 명제의 확실성에 대한 화자의 판단

가. 확실성 판단: 화자가 명제에 대한 확실성에 대해서 완전한확신을 가짐.

나. 개연성 판단: 화자가 명제에 대한 확실성에 대해서 50% 이상의 확신을 가짐.

다. 가능성 판단: 화자가 명제에 대한 확실성에 대해서 50%미만의 확신을 가짐.

라. 평가: 명제가 표현하는 정보가 화자의 지식 체계나 기준에의해 평가되거나 판단됨.

1.3.2 행위 양태의 의미 영역

행위 양태는 말 그대로 명제가 기술하는 행위에 관련된 것이고, 행위 양태에는 명제가 표현하는 행위의 규범성에 대한 화자의 사회적 판단인 ‘의무’ ‘허가’와 같은 의미 영역이 포함된다. 그이외에 명제가 표현하는 행위에 대한 화자나 동작주의 ‘능력’ ‘의도’ ‘소망’의 의미 영역도 포함될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의미 영역은 다음과 같다.

(26) 행위 양태: 동작주(주어)의 행위에 대한 화자의 기술적 태도를나타내는 양태

가. 의무: 화자가 청자에게 해당 명제가 표현하는 사태를 성립시킬 것을 요구함.

나. 허가: 화자가 청자에게 해당 명제가 표현하는 사태를 성립시켜도 된다고 허락함.

다. 능력: 화자나 동작주가 해당 명제가 표현하는 사태를 성립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짐.

라. 소망: 화자가 스스로를 동작주로 하는 사태가 성립되기를바람.

마. 의도: 화자 자신을 동작주로 하는 사태를 성립시키겠다는의지를 표현함.

[1] 명제에 대한 설명은 Lyons(1995:141)에서 제시한 적이 있다. 다음 예를 보자.가. 참이나 거짓을 가릴 수 있는 것

나. 인식, 믿음, 의심의 대상인 것

다. 단언, 부정, 질문의 대상인 것

라.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번역될 때 유지되는 것

위에서 보듯이 우선 명제의 출발점은 판단의 대상이 되는 어떤 것, 곧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있는 것이다. 명제가 진리값(True/False)을 갖는다는 것은 논리학에서의 명제 논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나)에서 제시한 것처럼 명제는 인식, 믿음, 의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다)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화행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볼 때, 화자가 ‘어떤 내용’으로 진술, 질문, 명령, 청유등을 하는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라)는 명제가 갖는 특성인 정보성을 강조한 부분이고 언어의 기술성에 주목한 것이다.

[2] 주관적 양태는 흔히 화자 지향 양태라고도 부른다. 주관적 양태가 수행성을 가지며, 현재 시제에 화자의 주관성을 나타낸다. 주관적 양태가 사용된 문장은 참과거짓을 판별할 수 없다. 다음 예시를 보자.

가. 올해는 단풍이 예쁘겠다.

나. 나는 지금 학교에 가야 될 것 같아.

(가)와 (나)는 ‘추측’의 의미를 표현하는 ‘-겠-’과 ‘-(으)ㄹ 것 같다’가 사용된 예문이다. 이는 문장의 주어와 직접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화자의 주관적 태도인 ‘추측’을 나타낸다. 이는 주관적 양태에 속한다. 이와 달리 객관적 양태는 기술성을 가지며, 문장의 주어가 가졌던 양태적인 속성을 기술할 수 있다. 다음 예시를 보자.

가. 경희는 유학을 가려고 한다.

나. 중국에서 만 일곱 살이 되면 모든 어린이는 학교에 가야 한다.

(가)는 ‘의도’를 나타내는 표현인데, 화자가 아닌 문장의 주어의 ‘의도’를 서술하고,(나)는 ‘의무’를 표현하고 있는데 단순히 일반적인 사회 현상을 서술하고 있으며, 화자의 주관적인 태도와 관련이 없는 객관적인 양태에 속한다.

[3] 중국어 양태의 유형 분류에 대한 연구는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진행되어 왔다. 胡裕樹 (1995) 에 의한 이분법이 있는가 하면, 丁聲樹 (1999)와 彭利贞 (2006)을 비롯한 삼분법도 있다. 그리고 李 临定 (1990)에 의한 사분법도 있으며, 馬慶 (2004)에 의한 육분법도 있다. 본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기로 한다. Q7rixj0NChHud2DAUPZuM8/RWBdVNX3mpOf/4K0DQ1Szq1mtj1HIQsDmyBu7OW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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